"원 투 스리~ 봄 리허설 중이에요"


강기안(왼쪽) 무대감독의 지시에 따라 에버랜드 퍼레이드 연기자들이 봄 공연 연습에 한창이다. 화려한 꽃 장식 의상을 입고 땀을 흘리는 이들은 "남들보다 훨씬 먼저 봄을 맞고 있어서 기쁘게 일한다"고 말한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봄은 늘 그렇게 살그머니 다가옵니다. 수줍은 청년이 몰래 놓고 간 러브레터처럼, 차가운 창문에 순식간에 얼어붙은 성에처럼, 그리고 눈치없이 번져버렸던 첫사랑의 추억처럼 알아채지 못하게 말입니다. 봄은 그래서 늘 안타까운 계절입니다.

어느새 입춘이 가고 정월대보름마저 지났으니 조만간 봄의 기운이 닥쳐옵니다. 하지만 일상에 푹 젖어 있다 보면 온난화 탓에 더욱 짧아지는 2009년 초봄의 달콤함은 금세 지나가 버릴지 모릅니다. 또다시 안타깝게 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봄이 발치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대신 적극적으로 봄을 마중 나가보세요. 따뜻한 봄볕이 몸에 닿기 전의 짜릿함을, 향기를 터트리기 일보 직전의 꽃망울을 먼저 느껴보세요. 봄을 남보다 앞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봄을 '선점' 하는 방법들을 담았습니다.

"우리에겐 벌써 봄이 왔어요."

아직은 눈썰매장을 찾는 꼬맹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어디에도 봄기운을 찾기 힘든 2월 첫 주의 에버랜드. 봄이 무르익으면 수많은 꽃잎이 터질 꽃밭에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아 황량하기만 한 곳. 하지만 관람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후미진 직원용 주차장에 들어서자 차가운 늦겨울의 공기를 깨고 밝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둘 셋 짠 짠 짠. 그냥 하지 말고 노래를 붙여보세요." 화려한 꽃 장식으로 덮인 플로트(floatㆍ퍼레이드용 차) 앞에서 봄꽃을 형상화한 분홍과 노란빛 의상을 입은 퍼레이드 연기자들이 봄에 선보일 프로그램 연습에 한창이다.

이들은 방금 전까지 겨울 콘셉트의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땀이 식기가 무섭게 2월 20일부터 시작될 '미리봄 페스티벌' 공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남들보다 보름 이상 봄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보통 공연에 앞서 3주 전부터 연습을 시작해요. 출근해서 스케줄대로 공연을 하고 개인 시간을 내서 다가올 봄 공연 준비를 하는 중이죠. 봄 시즌이 오픈하면 겨울과 달리 고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 많아요. 그야말로 쌍방향 공연이죠."

연기자들의 춤 동작을 꼼꼼히 지도하는 퍼레이드 무대감독 강기안씨는 누구보다 먼저 봄에 살고 있는 기분을 만끽하는 듯 목소리의 옥타브가 높다.

"연중 페스티벌은 서너달 전에 기획단계에 들어가요. 이때 공연 콘셉트를 잡고 한 달 전엔 의상, 플로트, 연기자 배열을 정하죠. 연기자까지 포함하면 60여명이 매달리는 작업이에요."

연기자들과 함께 봄 공연 연습을 하던 트레이너 박현진씨는 "봄에는 더 웃어야 하죠. 관객들을 더 가깝게 대응하니까요. 사계절 다 힘들지만 봄에는 이런 걸 더 신경 써야 해요."라고 말한다.

"봄 축제 음악은 전부 새로 작곡합니다. 봄 음악이니까 통통 튀는 이미지가 많이 담겨요. 음악을 계속 들으며 카운트를 세면서 리듬과 정 박자로 떨어지는 안무를 짜요. 봄이니까 나비, 꽃이 연상되는 안무를 주로 연구하죠."

봄 손님 맞기에 들어간 백화점의 디스플레이 담당 직원들도 일찌감치 겨울에서 멀어졌다. 본사에서 짜주는 큰 시안에 따라 쇼 윈도우와 매장을 손본 후 마네킹을 골라 봄 옷을 입히고 고객의 동선을 파악해 상품을 배치하기까지 대형작업이 이어진다.

"우리는 매장과 같이 가는 사람들이죠. 2주 전부터 봄 상품들이 하나 둘 매장에 들어오는데 그 때부터 우리의 계절은 봄인 셈이에요. 봄 디스플레이 공사가 끝나는 이번 주말엔 완전히 봄이 왔다고 느낄 것 같아요." 롯데백화점 명동점 디자인팀의 양수연씨는 봄맞이를 하느라 누구보다 바쁘다.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간 봄 시즌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른 요즘 마네킹 배치와 매장 연출로 야간근무가 이어지지만 표정은 밝다. "본사에서 정한 2009년 봄 콘셉트와 색상에 맞게 매장 디자인을 하죠. 봄 트렌드 컬러인 노랑, 연두, 오렌지, 퍼플로 치장을 해요."

봄이 다가옴을 몸으로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누가 뭐래도 꽃시장이 아닐까. 농산물유통공사의 AT 화훼사업본부(일명 양재 꽃시장)에서 만난 절화팀 정문권 팀장은 다른 계절보다 2배 이상 손님이 급증하는 늦겨울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는 한겨울부터 봄 준비를 해요. 전국에서 출하할 수 있는 농가들의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죠. 봄시장을 노린 판매 준비는 1월에 본격화되고, 이때부터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서 자정이 넘도록 분주하게 일해요. 봄이 오기도 전에 미래에 찾아올 수요자들의 기호를 생각해서 꽃을 준비하는 만큼 우리야말로 봄을 가장 먼저 사는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정영명 인턴기자(이화여대 3)
입력시간 : 2009-02-13 03:06